Lee Kang So: A Field of Becoming


이강소(Lee Kang So, b.1943)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다. 1970년대 이후 사진, 회화, 판화, 조각, 설치, 행위예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이어온 그는 특정한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예술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과정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왔다. 그의 작업은 완성된 이미지 자체보다는 이미지가 드러나는 순간과 그 의미가 형성되는 맥락에 주목한다. 이는 세계를 고정된 대상으로 보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상태로 이해하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으며, 이번 전시의 제목 A Field of Becoming 역시 이러한 관점과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에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작가의 1970년대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처음으로 드러난 시기로 볼 수 있다. 이 시기 그는 행위와 물질, 그리고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에 주목하며, 작품이 단일한 의도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때 작업은 하나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전개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이후 그의 관심은 점차 확장되며, 특히 1990년대에 이르러 조각과 회화에서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점토, 세라믹,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조각 작업에서는 중력과 물성, 그리고 우연적인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형태는 미리 정해진 구조에 따라 만들어지기보다, 쌓이고 흘러내리며 자리를 잡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러한 작업은 물질이 지닌 힘과 시간의 흔적을 함께 드러낸다.

회화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전개된다. 그는 붓질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신체의 움직임과 감각이 화면 위에 남겨지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화면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물의 이미지는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움직임과 리듬이 축적된 결과로 나타난다. 반복되는 붓질과 유연한 선의 흐름은 화면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기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스며든 장으로 전환시킨다.

이렇듯 이강소의 작업은 하나의 완결된 결과를 지향하기보다 생성의 과정에 가까이 놓여 있다. 그는 재료와 환경, 그리고 우연적인 요소를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작품이 고정된 의미를 갖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상태를 만들어 내는데 더욱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는 작업을 함께 조망하며, 이러한 탐구가 어떻게 지속되고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퍼포먼스와 설치에서 시작된 초기 작업부터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이루어 왔다.

이강소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알바니 소재의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객원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1990년대 초에는 뉴욕의 MoMA PS1 스튜디오 아티스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바 있다. 또한 뉴욕한국문화원의 구관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이며, 동시대 뉴욕의 실험적 예술 환경과 긴밀하게 호흡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뉴욕한국문화원 신관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이 형성되어 온 중요한 시공간과 다시 접속하는 하나의 장으로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과거 뉴욕에서의 경험이 작업의 방향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 축적된 시간과 사유가 다시 현재의 뉴욕이라는 장소와 만나는 순간이며,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의 작업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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